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 수급의 불균형이 계속될 경우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대응하겠다”며 강한 메시지를 밝혔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까지 급등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사실상 구두개입에 가까운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안정화 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 “구조적 외환 수급 문제… 그냥 넘길 수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현재 환율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거주자 해외투자가 빠르게 증가한 영향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470원을 넘어섰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돼 환율 하방 경직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단기 요인 중심으로 환율을 설명해온 것과 달리, 장기적·구조적 외환 수급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시장에 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타결 이후 대미 투자 확대 → 국내 외환 유출 증가 → 환율 안정 정책 여력 축소 우려가 불거진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 “국민연금·수출기업과 협의… 환율 안정 대책 마련”
회의에서는 “구조적인 외환 흐름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환·금융당국이 환율 상승요인을 면밀히 짚어보고, 국민연금·수출기업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안정화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투자 패턴이 환율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영향력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최근 5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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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2020년 193조 원 → 2025년 약 486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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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채권: 45조 원 → 94조 원
두 자산 모두 두 배 넘게 늘며 원화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돼왔다.
■ 국내 금융시장 진단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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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단기 변동성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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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금리 기대 변화로 국채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2026년 WGBI 편입 등을 감안하면 수요 기반은 견조
즉 외환시장의 불안과 달리 주식·채권시장은 시스템 리스크 수준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 환율, 당국 발언 직후 급락
한편 이날 달러·원 환율은 개장 직후 1,474.9원까지 치솟았으나, 경제·금융 수장들의 발언이 전해진 뒤 급락해 오전 10시 30분 현재 1,461.3원에 거래되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